"풍선효과 기대 속 노도강 지역, 오히려 매수 문의 감소세"

강력한 대출 규제로 얼어붙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 현장

서울과 수도권에 적용된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거래량 감소는 관망세 확대와 대출 조건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30일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단지들은 조용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정부의 초강력 규제 조치 이후 서울 및 수도권 거래가 완전히 멈춰버린 상황이다. 특히 8억~9억 원대 주택이 밀집해 풍선효과가 예상됐던 노원·도봉·강북(노도강) 지역에서는 "규제 전보다 오히려 문의가 줄었다"는 반응이 공통적으로 들려왔다.

대출 규제 시행 3일차인 30일, 취재진은 성북·노원·마포·성동·송파·서초구 등지의 10여 개 중개업소를 직접 방문했다. 풍선효과가 예상됐던 성북구와 노원구의 중개사무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길음동 길음래미안아파트 근처 중개업소 A 대표는 "지난주말 평소보다 현저히 조용했다"며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고객들이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갭투자 관련 문의는 일부 있었지만, 현금 구매자가 주를 이루는 이 지역은 규제 영향이 상대적"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정책자금 대출 한도 축소로 인해 매수 문의가 급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생애최초·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한도를 기존 2억5000만~5억 원에서 2억~4억 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에 실수요자들도 구매 계획을 재고하는 모습이다.

노원구 상계동 김모 중개업소 대표는 "9억 원 미만 주택이 많은 이 동네는 정책대출 의존도가 높은데, 대출액 감소로 문의 자체가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권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오해"라며 "수요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에서는 호가 조정 움직임이 포착됐다. 마포구 신공덕동 김모 중개업자에 따르면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내놓지 않던 집주인 2명이 최근 매수 시세를 문의했다"고 전했다.

전세 시장도 혼란스러운 양상이다. 금융당국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기존 분양단지까지 확대 금지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 제도는 임대인의 소유권 미확정 상태에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결제하는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성동구 행당동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인근 중개업자는 "8억 원 전세 계약을 준비하던 세입자가 1억5000만 원 대출 승인 거절로 계약이 무산됐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일부 분양권자는 전세가를 인하하기도 했다. 같은 단지 18평형 전세가가 6억5000만 원에서 2000만 원 하락했으며, 84㎡ 전용면적 매물도 9억5000만 원에서 9억 원으로 조정됐다.

'6개월 내 전입 의무' 규정으로 전세난 우려도 제기됐으나, 아직 뚜렷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서초구 메이플자이 인근 중개업계 관계자는 "입주 시작과 함께 기존 거주지 전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전세금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