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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시간대 지사제 구입 불가"…13년째 변함없는 편의점 상비약 한계

이서연 기자|
"심야 시간대 지사제 구입 불가"…13년째 변함없는 편의점 상비약 한계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의 종류가 13년 동안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응급 상황 대비를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허용된 품목은 단 11가지에 머물러 있다. 보건당국은 의료계의 반대를 고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시민들의 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규정상 20종까지 판매 가능하나…실제 허용은 11종뿐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편의점에서 취급할 수 있는 상비의약품은 최대 20종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통제, 감기 치료제, 소화제 등 11개 품목만 판매되고 있으며, 지사제나 화상 치료제, 인공눈물 등은 복지부의 공식 지정이 없어 판매되지 않고 있다. '20종까지 가능'이라는 조항은 단순히 상한선을 정한 것일 뿐, 구체적인 품목과 브랜드, 수량은 복지부 장관이 별도로 고시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최근 복지부는 "상비약 지정심의위 개최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재량 사항"이라며 품목 확대 논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한국편의점협회는 "야간 및 휴일에 편의점 상비약 매출이 전체의 74% 이상을 차지한다"며 현실에 맞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2012년 5월 약사법 개정으로 시작되었으나, 2018년을 마지막으로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6~7년째 품목 추가나 변경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논의도 지지부진…의료계 압력 때문?

의약품 접근성 확대와 관련된 논의는 국회에서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주요 정당 소속 의원들이 상비약 품목 확대 법안을 제출했으나,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논의가 중단됐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약사회와 의료계의 반대를 의식해 법안 처리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사례를 보면 주요 국가들은 일반의약품 유통에 있어 위험도 등급제나 소비자 중심의 자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온라인에서 수백 종의 일반약을 자유롭게 판매하며, FDA 승인 제품은 대부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다. 일본은 의약품을 3개 등급으로 분류해 2·3류 제품은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되, 안전을 위한 표기와 교육을 의무화했다. 영국 역시 'GSL' 등급 약물을 일반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전 우선" 대 "국민 불편 해소"

정부는 의약품이 건강과 직결된 품목이므로 판매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약사 감독 없이 약을 구입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응급 상황에서 약국은 문을 닫고 야간 진료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편의점의 공공적 기능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최근 서면 답변에서 "소비자들의 상비약 품목 확대 요구를 인지하고 있지만, 편의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의 질의에 답변한 내용에서, 정 장관은 "의약품 접근성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안전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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