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속보

K-조선의 황금기, 아직 본격적인 시작 전 단계

신채영 기자|
K-조선의 황금기, 아직 본격적인 시작 전 단계
조선업계의 호황기가 점차 끝을 향해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영국의 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동안 전 세계 조선소들의 선박 수주량은 1938만CGT(표준화된 선박 건조톤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한 수치입니다. 현재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수주량이 4000만CGT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선업은 전형적인 경기순환 산업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이어져온 호황기가 점차 주춤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운업계가 조선산업의 주요 고객사인 만큼, 해운 시황의 변동성은 조선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해운 산업은 경제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로 평가받으며, 주식시장보다도 빠르게 경기변동을 반영합니다.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해운사들은 즉각적으로 선박 발주를 줄이는 경향이 있어, 이는 조선업의 불황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최근 선박 발주 감소의 배경은 과거와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의 주문 감소는 경기순환 때문이 아니라,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 수요 때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선박에 대해 톤당 최대 38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구형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규제 강도는 점차 강화될 전망인데, 현재 전 세계 10만 척의 운항 선박 중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된 비율은 고작 2%에 불과합니다.

상반기 선박 주문 감소는 지난해의 과도한 발주 영향도 있습니다. 선박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선점 현상이 발생했으며, 예멘 반군의 홍해 봉쇄로 인해 선박들이 아프리카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운항 거리가 늘어나 추가 선박이 필요해졌고, 해운 운임 상승과 맞물려 발주가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관세 강화로 글로벌 무역량 감소 예상이 제기되자, 해운사들의 주문이 줄어든 것입니다.

다만 친환경 선박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어서,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한국·중국·일본 간의 치열한 수주 경쟁입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조선소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확장하면서 국내 업계의 위기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우려는 필요 없습니다. 현재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은 본사에서 설계와 핵심기술을 개발한 후 자회사에 하달하는 표준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업은 고객 맞춤형 산업으로,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일본이 2000년대 초 표준화 전략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례도 있습니다.

조선 산업에서는 실적과 신뢰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선박은 대규모 투자 자산으로 20-30년간 운용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선박의 시장 신뢰도를 쌓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며, 고가 선박 시장에서의 입지도 약한 상태입니다. 경량 철판 사용과 내구성 확보 기술 등에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일본 역시 최근 조선업 경쟁력 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습니다. 2000년대 커스터마이징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한 결과, 현재 주력 선종이 중국과 중복되는 상황입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조선업 비중을 줄이고 풍력·원자력 등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추세입니다.

반면 한국 조선업은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 규모 대비 산업 규모가 커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선주들의 특수한 요구사항을 유연하게 수용해온 것이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제한된 공간 내에서 연료탱크 확장과 화물 적재 공간 확보를 동시에 요구받는 경우에도 이를 구현해내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철판 가격과 외주 비용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며 재무적 안정성도 확보되고 있습니다. 해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물류 공급망 차질을 경험한 해운사들이 안정적인 물류 유지를 위해 운송비 지불 의향이 높아진 영향입니다.

산업은행이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하는 등 일부 예외는 있지만, 조선주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관련 경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