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랭킹 속보

신혼부부·청년층 주택 구입 어려워져…서울 첫 집 구매자 35% '급락'

고성민 기자|
신혼부부·청년층 주택 구입 어려워져…서울 첫 집 구매자 35% '급락'
정부의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한 무주택자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제 주택 수요층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노원·도봉·강북 등 비교적 저렴한 지역까지 매수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의하면,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수도권에서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처음 구매한 무주택자는 총 1만3156명으로 기록됐다. 이는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달 동기간 1만6548명 대비 21% 감소한 수치다.

서울시의 경우 감소율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동일 기간 서울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한 무주택자는 5122명에서 3343명으로 35% 가까이 급감했다. 경기도 역시 9072명에서 5926명으로 34.7% 줄어들며 수도권 전반에 걸쳐 주택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인천시는 2354명에서 3887명으로 65% 이상 증가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와 규제 영향이 적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 이후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던 노원·도봉·강북 등 중저가 지역에서도 첫 주택 구매자가 감소세를 보였다. 실제 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빠지면서 이들 지역까지 매수 활동이 줄어든 것이다.

구체적으로 노원구는 지난달 동기간 대비 183명에서 174명으로 5% 감소했으며, 도봉구는 91명에서 67명으로 26% 하락했다. 강북구는 86명에서 53명으로 38% 급감했다. 정부는 지난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LTV(대출비율)를 80%에서 70%로 인하하는 등 무주택자 대출 조건을 전면적으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정책자금을 의존하던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포레나 노원' 59㎡ 전용면적 주택이 이달 5일 9억원(8층)에 거래됐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 아이파크' 84㎡ 전용면적 주택도 지난 1일 10억3000만원에 매매되며 서울 중저가 지역에서도 9억~10억원대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강남·서초·용산 등 최근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던 고가 아파트 단지 역시 규제 영향으로 매수 활동이 현저히 줄었다. 강남구의 경우 생애 첫 주택 구매 건수가 333건에서 77건으로 77% 급감했고, 서초구는 119건에서 94건으로 2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융 안정성을 고려해 대출 규제를 시행한 것은 이해되나, 실제 주택 수요자를 위한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일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가격대가 높은 수준"이라며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첫 주택 수요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현재 규제 환경에서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실수요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공급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련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