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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정말 버틸 수 없어" 서울 이주 청년 10만 명, 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이유 [부동산 리포트]

김민준 기자|
"엄마, 정말 버틸 수 없어" 서울 이주 청년 10만 명, 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이유 [부동산 리포트]
고려대학교 인근 성북구 원룸촌 풍경. [연합뉴스]

"서울에서 살고 싶어 여기까지 왔지만..."
5년간 원룸 생활을 하다 현실을 깨달았어요.
고향 친구들은 차도 사고 집도 장만하는데 저만 제자리걸음이에요.
비싼 월세로 힘들게 살기보다 떠날 마음을 먹었습니다.
경남 출신 서울 직장인 김모(28)씨 이야기

지난 2년간 서울을 떠난 20~30대 청년 수는 9만 9,395명에 달합니다. 이는 경남 밀양시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로, 많은 젊은이들이 수도권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울은 20대 유입이 가장 많지만, 동시에 30대 유출이 가장 활발한 도시입니다. 20대 순유입률은 2.8%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교육, 취업, 꿈을 위해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모여들지만 정착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2024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빠져나간 연령대는 30대로 전체의 58%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014년 44%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들이 서울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문제, 특히 높은 집값 때문입니다. 서울시 청년통계에서도 35~39세 청년들의 이주 사유 1위는 주택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이 더 이상 정착지가 아닌 중간 경유지로 전락하고 있는 셈입니다.

KB부동산 자료에 의하면, 2024년 말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은 11.3배였습니다. 월급을 전액 저축해도 11년 3개월이 걸리는 수준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필요한 기간은 3년 3개월 증가했고, 주택가격은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주거 환경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청년 주거 형태 중 아파트 비율은 29%에서 26%로 감소한 반면, 고시원과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 유형은 11%에서 18%로 증가했습니다.

"저는 서울 토박이였어요."
노원구 40년 된 주택에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며 살았습니다.
월세 인상으로 이사를 가려니 다른 동네 원룸 월세가 80만 원이더군요.
결국 인천으로 옮겼는데, 여기선 복층 빌라에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인천으로 이주한 前 서울시민 김모(35)씨

서울을 떠난 청년들은 주로 어디로 갈까요? 전체 연령대 기준으로는 지난해 서울 이주민의 61.3%가 경기도로, 9.5%가 인천으로 이동했습니다. 청년층도 대부분 수도권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 청년 인구는 13% 감소한 반면, 경기도는 2% 감소에 그쳤습니다. 이는 주거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경기권으로 청년들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하면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됩니다. 직방 매물을 비교해보면, 서울 송파구 석촌동 28㎡ 원룸 전세가가 1억 9500만 원인 반면, 비슷한 가격으로 인천 부평구 청전동에서는 57㎡ 투룸 빌라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택 문제로 서울을 떠난 인구는 2016년 7만 7271명에서 2023년 4만 8867명으로 감소했습니다. NH농협은행 김효선 수석위원은 "수도권 전체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경기·인천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 일반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월세·전세대출 지원, 공공임대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청년 인구 감소는 이미 최저 수준인 출산율과 맞물려 도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인구이동 통계에서는 모든 30대 이상 연령층이 서울을 떠나는 양상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청년 인구 유출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며, 되돌아올 가능성도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과 장기전세주택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총 2만 5260호의 청년안심주택을 공급했지만, 2025년 1차 모집 평균 경쟁률은 146:1을 기록할 정도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6년 이후 예정된 청년안심주택 물량은 2000호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미리내집' 확대와 서울주택진흥기금 설립 등을 통해 주거 지원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서강대 권대중 교수는 "청년들이 신도시 주택을 찾아 이동하는 추세"라며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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