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대출 보증 한도 10%p 축소…월세 전환 증가 우려

21일부터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 적용
임차인 대출 규모 감소 불가피
주택 공급 부족 지속…전세가 하락세 주목
[서울=뉴시스]
금융당국 발표에 따르면, 6·27 가계부채 규제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이달 21일부터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기존 90%에서 80%로 낮아진다.

이번 조정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이 제공하던 전세대출 채무 불이행 시 90%까지의 변제 보증이 80%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출 위험 부담이 증가하면서 임차인에 대한 신용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또한 임차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 규모도 축소될 예정이다. 기존 전세보증금의 80%에 대한 90% 대출 가능 비율이 80%로 제한되는 것이다.

전세대출 보증 제도는 그간 '갭투자'를 유발하고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HUG와 SGI서울보증은 지난달 19일 이미 보증 비율을 100%에서 90%로 조정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조정으로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6·27 대출 규제 이후 매매가가 안정세를 보인 반면, 전세 가격은 여전히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의하면, 지난 14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0.05% 상승했다. 특히 서울(0.11%)은 23주 연속, 경기도는 25주 연속 가격이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의 경우 6·27 규제 이후 6월23일 0.09%→6월30일 0.09%→7월7일 0.09%→7월14일 0.11%로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되었다.

현재 전세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KB부동산의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전주 143.6에서 1.3포인트 상승한 145를 기록하며, 기준점 100을 상회하는 수요 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한 구매자들이 매매 시장을 떠나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켜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신고 의무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으로 인해 실제 입주가 필요한 수요층이 전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공급이 더욱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와 정책대출 규모 감소가 전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전세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 한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임차인들의 자금 조달 능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세대출 한도 감소로 불편이 있을 수 있으나, 주택 가격 안정화를 통해 미래 주택 구매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며 "소득 수준에 맞는 합리적인 경제 활동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시키는 추가 규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는 세입자의 전세대출과 집주인의 갭투자 사이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실시될 경우 전세 수요가 월세로 전환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비율 강화와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맞물리면서 전세 공급 부족, 가격 상승, 월세 전환 증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