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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계에 도달했는데 더 요구하라니'...미국과 관세 협상, 한국 추가 방안 모색

김민준 기자|
'이미 한계에 도달했는데 더 요구하라니'...미국과 관세 협상, 한국 추가 방안 모색
"최상의 최종안을 제시해 달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이 30시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측에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미 제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조건을 내놓은 상태라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30일 정부 소식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에서 대기 중이던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합류해 상무부를 방문, 러트닉 장관과 약 2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구 부총리(왼쪽)는 이날 상무부에서 러트닉 장관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건넸다. 러트닉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24일부터 진행된 관세 협상에서 계속 강조해온 '최종안 제출'을 다시 한 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의하면 러트닉 장관은 27일 스코틀랜드에서 김 장관 일행을 만나 "최선이자 마지막 제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일본, EU 등 주요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중국과도 90일간의 추가 협상 기간을 합의한 상태다. 이제 남은 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양국은 31일 구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간 회담에서 사실상 최종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는 미국이 현재 10%인 상호 관세를 8월1일부터 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하루 전인 시점이다.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 가능한 모든 협상 카드를 제시한 상황에서 '이것이 정말 최선이냐'는 반문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 부총리 일행은 러트닉 장관과의 회담 후 김 장관, 여 본부장 등과 함께 최종 협상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 한미 실무팀 사이에서도 최종 협상 내용을 놓고 수시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종합해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요구한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 정밀지도 반출 등 비관세 장벽 완화 문제도 대부분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 국회 역시 이번 협상을 고려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던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농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양곡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한국의 제안이 미국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EU는 3년간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과 6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며, 일본도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제시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경제 규모 차이가 큰 국가들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EU와 일본의 GDP는 한국보다 각각 11배, 2.5배 크다. 일본이 GDP의 약 13%에 해당하는 5500억 달러를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최대 한계는 2200억 달러 정도다.

게다가 일본은 직접 투자 외에 금융 지원을 포함해 규모를 부풀린 반면, 한국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그램 '마스가'와 같은 실질적인 투자 및 기술 협력 패키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무역 적자 규모를 협상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미국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은 무역 적자 규모에서 7~8위를 기록해 비슷한 수준이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EU 협상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이 투자 규모"라며 "미국도 타결 의지가 강하지만, 현재까지 제시된 내용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인상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압력에 지나치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주요국에 대한 상호 관세 15%가 일종의 기준이 된 만큼, 현재 제안을 잘 구성해 경쟁국 수준의 결과를 이끌어내면 된다는 낙관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상호 관세 부과 전에 포괄적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허 교수는 "너무 압박에 휘둘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8월1일 25% 관세가 부과되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장은 "중국이 완전한 경쟁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 진입해야 한다"며 "일단 미국이 원하는 선에서 타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안보와도 연결된 만큼, 일본과 EU처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약속 등을 추가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원장은 "대부분의 협상 타결국들이 농산물, 에너지, 항공기와 함께 무기 구매 확대를 약속했다"며 "우리도 안보 측면에서 새로운 제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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