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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은행의 이자 의존" 지적…부동산 자금 신산업 투자로 전환 촉구

한지민 기자|
대통령, "은행의 이자 의존" 지적…부동산 자금 신산업 투자로 전환 촉구
금융그룹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기관의 이자 수익 과다 의존'을 공개적으로 질타한 직후 발표된 호조 실적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은행 영역과 수수료 수익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금융사들의 순수 이자 수익은 약 2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410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금융 의존도를 줄이고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포괄적인 대책을 준비 중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은 10조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특히 이자 수익만 20조원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 금융사들은 최고 실적을 발표하면서 공통적으로 '비은행 부문'과 '비이자 수익'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 "주택담보대출 같은 쉬운 이자 수익에 의존하기보다 투자 확대에 힘써달라"고 금융계를 강하게 꼬집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이자 수익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다. 2019년 40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59조3000억원으로 5년간 약 20조원이 증가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금융에서 발생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총 2681억원에 달한다. 은행 가계대출의 80%가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됐고, 건설·부동산 업종 기업대출도 623조원으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100조원을 지원하는 법안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기금채 50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금액은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위산업, 로봇, 인공지능 등 주요 전략 산업에 저리 대출, 지분 투자, 후순위 자본 지원 등 종합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동시에 은행의 자본 규제 체계도 개편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RWA(위험가중자산) 하한을 현재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주담대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기업대출 RWA는 현행보다 낮추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은행이 기업에 선순위 지분투자를 할 경우 위험가중치를 현재 400%에서 100%로 대폭 완화하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벤처기업이나 펀드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 은행 기업금융 규제 완화 등을 검토 중"이라며 "부동산에 편중된 자금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협회는 28일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금융협회장들이 이 간담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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