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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소고기 대신 대규모 석유 구매'…한국, 美에 100억 달러 규모 수입 확대 검토

정우진 기자|
'쌀·소고기 대신 대규모 석유 구매'…한국, 美에 100억 달러 규모 수입 확대 검토
◆ 한미 관세 협상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한 상호 관세 유예 기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재무·통상 장관들이 25일 2+2 통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사실상 최종 협상이 될 전망이며, 소요 기간은 아직 불확실하다.

한국 정부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나경원, 이준석 등 한미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이 미국으로 파견됐다. 22일에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취임 40일 만에 세 번째로 미국 출장을 떠났다. 경제 부문을 총괄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3일 각각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 국무부 장관과 면담을 위해 곧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난 여 본부장은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했다. 특히 그는 양국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포지티브섬' 접근법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쌀과 소고기 추가 시장 개방 문제는 협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이 두 품목을 협상 불가 영역으로 설정한 상태다. 현재 국내 쌀 시장은 연간 20만 톤의 과잉 공급 상태이며, 시장 격리를 위한 비용이 수조 원에 이른다. 미국산 쌀 수입 증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WTO와의 쌀 관세 협상 재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WTO 쌀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2021년부터 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는 연간 40만8700톤의 저율관세할당 물량을 5% 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이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만2304톤으로 32%를 기록한다.

소고기 추가 개방 역시 협상 여지가 거의 없다. 미국이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미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근거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으로 꼽힌다. 미국육류수출협회 통계에 의하면 지난 5월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해 2023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축산 농가의 반발 등을 고려해 추가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방어만으로는 협상 성사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대량 구매 전략'을 최종 협상 카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 사항이 다양하고 많다"며 "수용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받아들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재정은 물론 민간과 공기업 등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할 계획이다.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도 미국산 농산물, 제품, 에너지 등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구매 약정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에너지 분야가 수입 확대의 주요 품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이미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석유 비축 계획에 따라 중동산 중질유를 미국산 경질유 등으로 대체할 예정이며, 올해 목표량은 600만 배럴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미국산 에너지 수입 증가가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16.3%인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을 10%포인트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1억 배럴 이상의 물량에 해당한다. 또한 올해 만료되는 898만 톤 규모의 카타르·오만산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계약을 미국산으로 대체함으로써 미국산 LNG 비중을 2배 가량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유와 LNG 가격을 고려할 때,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1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556억 달러의 18%에 달하는 규모다.

반도체 장비도 수입 확대 가능성이 높은 품목 중 하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항공기와 무기 등도 대량 구매가 가능한 품목으로 꼽힌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온라인플랫폼법 처리 연기를 결정했다. 이는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을 공격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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