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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고객 없어 매출 80% 급감"...'문 닫기 직전' 홈플러스 매장 현장 [현장 리포트]

이서연 기자|
"하루 종일 고객 없어 매출 80% 급감"...'문 닫기 직전' 홈플러스 매장 현장 [현장 리포트]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 지하 1층에 위치했던 가구 브랜드 니토리 매장은 지난 5월 영업을 중단하며 가림막이 설치된 상태다. 박연수 기자

"매출이 80%나 감소했습니다. 다음 주면 영업을 종료할 예정입니다."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한 '홈플러스 위기'가 4개월째 진전 없이 지속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지만, 적절한 인수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임대료 분쟁으로 계약이 해지된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폐점 소문이 돌면서 고객이 급감하자 결국 영업을 접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할인 행사도 소용없는 적막…"문 닫을 일만 남았어요"
지난 8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패션위크', 'AI 물가안정 위크'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었지만, 임대계약 해지 대상점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고객 발길이 뚝 끊겼다. 입점한 업체들도 문을 열었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햄버거 가게와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용하는 고객은 단 두 명에 불과했고, 카페에 놓인 빈 의자와 테이블만이 쓸쓸함을 더했다.

가양점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손님들이 '가양점은 곧 문 닫을 매장'이라며 10분 거리 강서점으로 가버린다"며 "매출이 작년 대비 40% 줄었지만, 홈플러스 측에서 별다른 공지를 하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매장 내 여러 곳에서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은 업체들의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1층에 자리했던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 데카트론도 지난달 영업을 종료했다. 해당 공간은 단기 계약으로 들어온 할인매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6월 26일부터 상반기 총결산, 70% 할인'이라는 노란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하 1층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일본 가구 업체 '니토리'가 5월 영업을 중단하며 설치한 큰 가림막이 통로를 막고 있었다. 가림막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홈플러스 가양점 내 가구 매장이 지난 5월 문을 닫은 후 비어 있는 모습. 박연수 기자

이 층에 있는 점주들은 니토리 폐점 이후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홈플러스 사정을 모르고 5월에 입점한 것이 큰 실수였다"며 한숨을 지었다. 이어 "니토리 자리에 다이소가 들어오기로 했었는데 그마저 불확실해졌다"고 덧붙였다.

지하 3층 푸드코트 역시 쓸쓸한 분위기였다. 음식점들이 떠나며 생긴 빈 공간이 6개월째 채워지지 않고 있다. 7년간 푸드코트에서 영업한 B씨는 "대형마트는 보통 7~8월이 성수기인데 손님이 완전히 사라졌다. 할인 행사를 해도 계산대가 다 열리는 날이 없다. 월 매출이 100만~200만원 가량 줄었다"며 "폐점이든 계속 영업이든 상황이 빨리 정리돼야 하는데 매일 예측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점주들은 그저 고객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잠시 자리 비움'이라는 안내문을 붙인 채 사람이 없는 매장도 있었다. 동물병원 원장 이지현(56) 씨는 "이제는 불안을 넘어 체념한 상태"라며 "오늘도 손님들이 '언제 이사 가느냐',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봤다"고 전했다.

폐점이 일상화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장기화와 임대계약 해지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탈출'을 선택한 사례들이다. 에어컨과 장식품을 치운 빈 공간은 주변 점주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왔다. 탁상 선풍기로 더위를 견디던 C씨는 "지난해 8월 입점해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1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며 "월 고정비만 700만~800만원인데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 "매장 원상복구 비용도 남아 있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점주들은 빠른 사태 해결과 홈플러스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라고 있다. 안경점 운영자 김모 씨는 "상황이 어떻게든 결정돼야 우리도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본사든 지점이든 사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8일 홈플러스 가양점의 한적한 계산대 모습. 박연수 기자

임대계약 해지 27개점도 비슷한 운명…"하루하루가 고통"
불안에 떠는 지점은 가양점만이 아니다. 계산, 원천, 일산, 장림, 가양, 동촌, 울산북구, 시흥, 안산고잔, 천안신방, 조치원, 천안, 부산감만, 잠실, 화성동탄, 인천숭의, 인천논현, 동수원, 북수원, 가좌, 작전, 센텀, 울산남구, 대전문화, 전주완산, 청주성안, 파주운정점 등 총 27개 점포가 임대계약 해지 대상이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폐점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지난달 홈플러스는 "폐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후까지 협상할 것"이라며 "의견 차이로 일부 점포는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해당 점포 직원들의 고용은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입점업주와 관련된 입장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 인가 전 M&A를 진행하기로 하고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인수 자금 규모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홍보에도 나섰다. 지난 8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홈플러스를 '전세 들어간 아파트'에 비유하며 "실제 필요한 현금은 1조원 이하"라고 주장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2조5000억원 규모 보통주 권리를 포기한 상황에서 4조8000억원 규모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투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설명이었다.

인수자 찾기는 쉽지 않다. 업계 반응도 부정적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경기가 악화한 데다 홈플러스 재무 상태도 나빠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회생 절차 시작 후 '홈플런'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영업손실은 3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MBK 경영 기간 중 부채가 크게 늘고 재무구조도 악화됐다"며 "오프라인 마트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상황도 나쁘다 보니 인수자가 나타날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이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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