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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돈은 단순한 숫자일 뿐"…서울 아파트값 폭등 속 대출 규제의 효과는?
이서연 기자|
![[현장 리포트] "돈은 단순한 숫자일 뿐"…서울 아파트값 폭등 속 대출 규제의 효과는?](/_next/image?url=%2Fsupabase-images%2Fnews%2Fnate%2Fnate_20250630n00991_1751243580891.webp&w=3840&q=75)
주요 내용
서울 한강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 30~40대가 주도
매물 회수 현상으로 공급 부족 심화
마포·용산·성동에서 강남까지 이어지는 집값 상승 연쇄 효과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불구, 부동산 가격 양극화 지속 전망
류영주 기자
"이곳은 3층 저층부인데 24억 5천에서 24억 8천 정도…고층은 매물이 없습니다. 40평대가 비교적 저렴할 수 있는데 31억 정도면 가능합니다…"
6월 중순,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출 규제 직전. '서울 한강벨트' 30평대 아파트를 찾는 이들이 공인중계사 사무실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거액의 숫자들이다. 대기업 직장인이나 전문직 종사자조차 쉽게 접하기 어려운 금액이 아무렇지 않게 오간다. 30억대 아파트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표현에 기자가 놀란 표정을 지을 때쯤, 중개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 돈이란…이제는 그냥 숫자일 뿐이죠."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인 말이었다.
'완벽한 한 채'를 향한 집념
부동산 가격이 급등 중인 마포 지역. '마래푸'로 불리는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30평대 아파트 가격은 최근 27~28억원을 오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2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5~6억원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정확한 시세 파악은 쉽지 않다. 매물을 내놓았던 판매자들이 하나둘 계약을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매자들은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저희 중개소만 해도 3팀이 계좌번호만 기다리고 있습니다…매물이 없어요."
구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원하는 조건의 아파트가 나오면 집도 보지 않고 계약금을 넣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후문이다. 마포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해 한 부동산 관계자는 독특한 분석을 제시했다. "이곳 주민들의 최종 목적지는 잠실, 개포, 잠원, 반포 같은 강남 지역이에요. 마포는 일종의 중간 기착지일 뿐이죠."
오랜 경험의 한 중개업자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과거에는 매물은 있지만 거래가 없던 반면, 현재는 매물 자체가 사라지며 구매자들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30~40대 주도하는 '완벽한 한 채' 열풍
"'나중에 팔겠다',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말이 오가며 모두 조심스러워합니다. 주변 상도동도 매물이 거의 없어요."
마포·용산·성동과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동작과 동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흑석동의 고급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하임의 경우, 올해 초 23억원이던 3층 매물이 최근 27억원으로 올랐으며, 현재는 29억원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작구 아파트 가격 상승이 마포·용산·성동과 강남 3구의 영향이라는 보도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규제 지역이 아닌 동작구는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먼저 가격 변동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2월부터 가격 상승이 시작됐으며, 대통령 탄핵과 선거 일정 확정으로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선거 1~2주 전부터 많은 분들이 서둘러 구매하러 오셨습니다. 정말 달려오시는 느낌이었죠…"
흑석동에서도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계층은 30~40대였다. 최근 나온 매물 대부분이 강남으로 이사하기 위한 목적의 판매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중개업자들은 흑석동 매매와 강남 아파트 구매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강남, 끝없는 '업그레이드' 경쟁
'완벽한 한 채' 열풍의 최종 목적지인 강남의 상황은 어떨까? 흥미롭게도 70~80억원대 아파트가 있는 반포조차 예외는 아니다.
"현재 여기 살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자금 여유가 적은 분들은 자신의 집을 비싸게 팔고 더 좋은 단지로 옮기려 합니다. 그분들도 토요일이면 중개소를 찾아 매물을 확인하시죠…"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반포는 원래 매물이 많지 않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마포나 동작보다는 드물게나마 매물이 나오는 편이다. 반포에서 30평대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이제 50억원 미만으로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금액이지만, 매물이 나오자마자 거래가 성사되는 상황이다.
"매물이 가끔 나오는데 바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대부분 한 달 안에 계약이 완료돼요. 어제보다 5억원 올려도 한두 달이면 팔리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초강수' 대출 제한, 효과 있을까?
서울 '한강벨트' 부동산 시장을 관찰하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30~40대가 주도하는 가격 상승, 강남 인근 지역에서 강남으로의 이주를 위한 연쇄적인 가격 인상 등이다. 젊은 층의 '완벽한 한 채'에 대한 열망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소득과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모든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주담대를 금지한 바 있지만, 이번 조치는 더욱 강력한 수준이다.
부동산 현장에서는 정부의 대출 제한 조치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어떨까?
"이곳에서 집을 구하는 30~40대들은 직장도 좋고, 가정 형편도 좋으며, 연소득도 높아 돈 문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제한이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물론 대출에 의존하는 구매자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 비중은 확연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완벽한 한 채'를 찾는 이유도 단순한 재산 증식만은 아니다. 교육, 주거 환경, 사회적 지위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특정 지역으로의 집중 현상을 낳고 있다. 경제력 있는 구매자들은 투자 수익이 불확실하더라도 이러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 고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의 아파트 가격 급등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반포의 한 중개업자는 이 같은 심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매물이 나오면 '그냥 사세요'라고 말합니다. 부동산 양극화로 강남만 더 오르는데,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취임 한 달 차인 이재명 정부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부동산 문제는 과거 단순한 재산 증식에서 사회·경제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진화했다.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상급지', '하급지'라는 표현이 오가며, 주거지 선택이 계층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다주택자 규제와 맞물리며 '완벽한 한 채'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폭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양극화'라는 새로운 난제를 맞이한 형국이다. '결국 부동산이 이긴다'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 과제지만, 단순한 규제 패키지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대출 제한' 이상의 세밀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 한강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 30~40대가 주도
매물 회수 현상으로 공급 부족 심화
마포·용산·성동에서 강남까지 이어지는 집값 상승 연쇄 효과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불구, 부동산 가격 양극화 지속 전망
류영주 기자
"이곳은 3층 저층부인데 24억 5천에서 24억 8천 정도…고층은 매물이 없습니다. 40평대가 비교적 저렴할 수 있는데 31억 정도면 가능합니다…"
6월 중순,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출 규제 직전. '서울 한강벨트' 30평대 아파트를 찾는 이들이 공인중계사 사무실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거액의 숫자들이다. 대기업 직장인이나 전문직 종사자조차 쉽게 접하기 어려운 금액이 아무렇지 않게 오간다. 30억대 아파트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표현에 기자가 놀란 표정을 지을 때쯤, 중개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 돈이란…이제는 그냥 숫자일 뿐이죠."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인 말이었다.
'완벽한 한 채'를 향한 집념
부동산 가격이 급등 중인 마포 지역. '마래푸'로 불리는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30평대 아파트 가격은 최근 27~28억원을 오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20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5~6억원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정확한 시세 파악은 쉽지 않다. 매물을 내놓았던 판매자들이 하나둘 계약을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매자들은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저희 중개소만 해도 3팀이 계좌번호만 기다리고 있습니다…매물이 없어요."
구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원하는 조건의 아파트가 나오면 집도 보지 않고 계약금을 넣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후문이다. 마포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해 한 부동산 관계자는 독특한 분석을 제시했다. "이곳 주민들의 최종 목적지는 잠실, 개포, 잠원, 반포 같은 강남 지역이에요. 마포는 일종의 중간 기착지일 뿐이죠."
오랜 경험의 한 중개업자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과거에는 매물은 있지만 거래가 없던 반면, 현재는 매물 자체가 사라지며 구매자들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30~40대 주도하는 '완벽한 한 채' 열풍
"'나중에 팔겠다',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말이 오가며 모두 조심스러워합니다. 주변 상도동도 매물이 거의 없어요."
마포·용산·성동과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동작과 동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흑석동의 고급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하임의 경우, 올해 초 23억원이던 3층 매물이 최근 27억원으로 올랐으며, 현재는 29억원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작구 아파트 가격 상승이 마포·용산·성동과 강남 3구의 영향이라는 보도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규제 지역이 아닌 동작구는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먼저 가격 변동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2월부터 가격 상승이 시작됐으며, 대통령 탄핵과 선거 일정 확정으로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선거 1~2주 전부터 많은 분들이 서둘러 구매하러 오셨습니다. 정말 달려오시는 느낌이었죠…"
흑석동에서도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계층은 30~40대였다. 최근 나온 매물 대부분이 강남으로 이사하기 위한 목적의 판매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중개업자들은 흑석동 매매와 강남 아파트 구매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강남, 끝없는 '업그레이드' 경쟁
'완벽한 한 채' 열풍의 최종 목적지인 강남의 상황은 어떨까? 흥미롭게도 70~80억원대 아파트가 있는 반포조차 예외는 아니다.
"현재 여기 살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자금 여유가 적은 분들은 자신의 집을 비싸게 팔고 더 좋은 단지로 옮기려 합니다. 그분들도 토요일이면 중개소를 찾아 매물을 확인하시죠…"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반포는 원래 매물이 많지 않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마포나 동작보다는 드물게나마 매물이 나오는 편이다. 반포에서 30평대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이제 50억원 미만으로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금액이지만, 매물이 나오자마자 거래가 성사되는 상황이다.
"매물이 가끔 나오는데 바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대부분 한 달 안에 계약이 완료돼요. 어제보다 5억원 올려도 한두 달이면 팔리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초강수' 대출 제한, 효과 있을까?
서울 '한강벨트' 부동산 시장을 관찰하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30~40대가 주도하는 가격 상승, 강남 인근 지역에서 강남으로의 이주를 위한 연쇄적인 가격 인상 등이다. 젊은 층의 '완벽한 한 채'에 대한 열망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소득과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모든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주담대를 금지한 바 있지만, 이번 조치는 더욱 강력한 수준이다.
부동산 현장에서는 정부의 대출 제한 조치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어떨까?
"이곳에서 집을 구하는 30~40대들은 직장도 좋고, 가정 형편도 좋으며, 연소득도 높아 돈 문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제한이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물론 대출에 의존하는 구매자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 비중은 확연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완벽한 한 채'를 찾는 이유도 단순한 재산 증식만은 아니다. 교육, 주거 환경, 사회적 지위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특정 지역으로의 집중 현상을 낳고 있다. 경제력 있는 구매자들은 투자 수익이 불확실하더라도 이러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 고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의 아파트 가격 급등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반포의 한 중개업자는 이 같은 심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매물이 나오면 '그냥 사세요'라고 말합니다. 부동산 양극화로 강남만 더 오르는데,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취임 한 달 차인 이재명 정부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부동산 문제는 과거 단순한 재산 증식에서 사회·경제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진화했다.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상급지', '하급지'라는 표현이 오가며, 주거지 선택이 계층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다주택자 규제와 맞물리며 '완벽한 한 채'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폭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양극화'라는 새로운 난제를 맞이한 형국이다. '결국 부동산이 이긴다'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 과제지만, 단순한 규제 패키지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대출 제한' 이상의 세밀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