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랭킹 속보

"상환 능력 충분한데…" 3040 맞벌이 부부,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에 '발목 잡혀'

윤아름 기자|
"상환 능력 충분한데…" 3040 맞벌이 부부,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에 '발목 잡혀'
최근 발표된 부동산 대출 규제로 인해 맞벌이 부부 등이 주거환경을 개선할 기회를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9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촬영한 서울 잠실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이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이모(39)씨 부부는 지난 27일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발표 후 이사 계획을 철회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 부부의 합산 월소득은 1,000만원이 넘는다. 자녀 교육과 출퇴근 편의를 고려해 약 20억원 상당의 잠실 아파트를 알아보던 중, 대출 규제 소식에 계획을 중단해야 했다. 이씨는 "40년 상환기간으로 10억원 대출을 받아 월 400만원씩 갚을 계획이었는데,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28일 시행된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30~40대 가구의 주택 구매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대출을 이용하는 '영끌족'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정상적인 상환 능력을 가진 근로자들의 주거환경 개선 기회까지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결국 고가 주택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소위 '금수저' 계층만이 부동산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구조가 강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월급쟁이 직장인들이 주요 타격
이번 규제로 서울 25개 구 중 18개 구의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이 축소될 전망이다. 집값 대비 대출 비율은 비규제 지역 70%, 규제 지역 50%로 동일하지만, 6억원 대출 한도가 설정되면서 서울 아파트 127만6,257가구의 대출 가능액이 감소한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억6,492만원이다. 기존 LTV 70% 적용 시 10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6억원 한도 시행으로 평균 가격대 아파트 구매 시 추가로 4억원의 자금이 필요해졌다. 특히 마포구의 경우 평균 가격 아파트 구매에 필요한 현금이 4억5,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15억~26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대출 상환 능력은 있으나 대량의 현금을 보유하지 않은 맞벌이 가구의 주택 구매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일산에 거주하는 30대 부부(남편 월급 450만원, 아내 자영업 월수입 250만원)는 "출퇴근 불편을 감수하며 모은 자금과 대출을 합쳐 영등포나 마포로 이사하려 했으나, 추가 현금 마련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월세 부담으로 내집마련 더욱 멀어져
급등한 전월세 가격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30~40대의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마련은 어렵다는 뜻)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59㎡는 3억원 보증금에 월세 160만원, 래미안길음센터피스 84㎡는 4억원 보증금에 월세 1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40대 맞벌이 직장인 김모(43)씨는 "전월세 비용과 이사 비용 등 거주비 부담을 견디며 동시에 주택 구매 자금을 모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근로소득으로 주택을 마련하려던 직장인들이 이번 정책의 최대 피해자"라며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대출 규모 축소는 청년층의 내집마련 시기를 더욱 늦출 뿐"이라고 지적했다.

◇주가 하락 시 부담 감소 가능성도
한편 전세자금을 활용한 '갭 투자' 방지 대책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을 의무화했지만, 갭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담보대출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가 하락 시 갭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줄어들 것"이라며 "일반 직장인의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급매물이 나오면 현금 보유자나 갭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 시 대출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관련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