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설득 비법 전수"…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기여한 핵심 인물

미국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한미 무역 협상 타결 과정에서 한국 측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전략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협상이 성사된 가운데,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때 필요한 접근법을 한국 협상단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국 협상팀은 이날 주미대사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김정관 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 만난 러트닉 장관이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며 "그가 특히 산업과 금융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이 점이 협상 전략 수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 측은 조선 산업을 중심으로 협상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여한구 본부장은 "러트닉 상무장관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미국과 일본의 협상이 마무리된 후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본격적인 한미 협상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 시점부터 협상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한국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했으나, 마지막 순간까지 만남이 성사될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정관 장관은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협상의 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협상팀은 사전 준비로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연기하는 모의 협상을 진행했으며, 다양한 질문 시나리오에 대비했다. 김 장관은 "청문회 직후 미국 측과의 협상을 위해 가로세로 각 1미터 크기의 설명 자료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는 한국의 제안 내용과 협상 성사 시 양국에 미칠 긍정적 효과가 요약되어 있었으며, 러트닉 장관과의 첫 만남에서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 농축산물 시장 보호를 위해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광화문 집회 사진을 준비했다. 그는 "협상 과정 내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요구가 거셌지만, 미국 측이 한국의 민감성을 이해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박신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