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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중 만남"은 허구…재벌가의 은밀한 결혼 전략
임현우 기자|

━10대 재벌가 275명 혼인사 분석 결과■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재계 오너들은 혼인을 통해 인맥을 확장하면서도 가문의 기반을 공고히 해왔다.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결혼 상대를 선택할까. 신세대 후계자들은 개인의 감정을 중시한다지만, 과연 혼맥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있을까. '신데렐라 스토리'는 여전히 가능한 꿈일까. 재벌가의 치밀한 결혼 전략을 파헤쳐봤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의 장남 정준선 KAIST 교수가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신부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 #1. 유명 재벌 회장의 아들 A씨는 가족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7년간의 인내 끝에 사랑을 이루었다. 결혼식에서 그는 직접 작성한 서약서를 읽으며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당신을 위해 평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동적인 약속을 했다. 평정을 잃은 신랑과 차분한 신부의 대비된 모습이 재계 안에서 화제가 되었다.
#2. "연애는 자유롭게 하되,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연합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부동산 대기업 오너 B씨는 40년 전 대학 시절 부모로부터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부모가 선택한 고위 공무원 집안의 딸과 결혼했으며, 같은 가치관을 자녀에게 전수했다.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나 역시 젊었을 때 '가문의 결합'이라는 말이 생소했지만, 지금 보니 결혼은 가문 질서에 편입되는 과정이더라."
김우중 대우 창업주의 차남 선협씨와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녀 은형씨의 결혼식. 최근에는 2022년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진희씨 결혼식이 장소, 하객, 패션 등으로 주목받았다. 서울 정동제일교회는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정의선 회장 부부를 거쳐 진희씨까지 3대에 걸친 현대가의 전통적인 결혼 장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국내 10대 재벌가의 100년간 275건의 혼인을 분석한 결과, 재계 간 결혼 비율이 49.5%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 같은 대표적인 재벌가들도 서로 연결되곤 한다. 2021년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 성민씨는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장녀 정은씨와 결혼했다. 조성민씨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외증손자이며, 정정은씨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다.
재계 간 결합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 구동휘 LS MnM 대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녀 상민씨와 혼인했다. 코오롱·세아·애경 등도 재계 인사들과 결혼을 맺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재벌들은 혼인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다"며 "젊은 세대들은 어릴 적부터 사교 모임이나 해외 유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재벌가의 일반 가정과의 결혼 비율은 1950년 이전 40%에서 1970~80년대 9.9%로 떨어졌다가 최근 10년간 26.2%로 증가 추세다. 정관계와의 결혼은 1970~80년대 정점을 기록했으나 2010년대 들어 완전히 사라졌다. 기업별로도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삼성·LG·롯데·금호는 재계 간 결혼 비율이 50% 이상이다. 현대·한화·두산은 자녀 10명 중 4명꼴로 일반 가정과 결혼했다.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은 자유로운 연애와 결혼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은 동기 직원과 오랜 연애 끝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조용히 결혼식을 올렸다. 한편 한화와 한진은 정관계와의 혼인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항공·군수 사업 특성상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요즘 재벌가 결혼은 보안이 극히 엄격하다.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 퍼플스의 김현중 대표에 따르면, 재벌가 남성은 외모를 중시하는 반면 여성 측은 "아이비리그 출신", "자산 1조원 이상" 등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다고 한다. 검증 과정도 철저해 학교 시절 평판까지 조사하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 결혼이 무산되기도 한다.
결혼 사실을 공개하는 방식도 전략적이다. 김현중 대표는 "유학 시절 만났다는 설명은 대부분 각색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의 장남 결혼식에서는 스태프조차 신랑·신부 이름을 모를 정도로 비밀이 유지됐다. 웨딩 플래너와 작가들도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해야 할 정도다. 성공적인 중매에 대한 보상도 특별한데, 로마네콩티 와인이나 100년산 인삼 같은 고가의 선물이 오가기도 한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의 장남 정준선 KAIST 교수가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신부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 #1. 유명 재벌 회장의 아들 A씨는 가족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7년간의 인내 끝에 사랑을 이루었다. 결혼식에서 그는 직접 작성한 서약서를 읽으며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당신을 위해 평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동적인 약속을 했다. 평정을 잃은 신랑과 차분한 신부의 대비된 모습이 재계 안에서 화제가 되었다.
#2. "연애는 자유롭게 하되,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연합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부동산 대기업 오너 B씨는 40년 전 대학 시절 부모로부터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부모가 선택한 고위 공무원 집안의 딸과 결혼했으며, 같은 가치관을 자녀에게 전수했다.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나 역시 젊었을 때 '가문의 결합'이라는 말이 생소했지만, 지금 보니 결혼은 가문 질서에 편입되는 과정이더라."
김우중 대우 창업주의 차남 선협씨와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녀 은형씨의 결혼식. 최근에는 2022년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진희씨 결혼식이 장소, 하객, 패션 등으로 주목받았다. 서울 정동제일교회는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정의선 회장 부부를 거쳐 진희씨까지 3대에 걸친 현대가의 전통적인 결혼 장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국내 10대 재벌가의 100년간 275건의 혼인을 분석한 결과, 재계 간 결혼 비율이 49.5%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 같은 대표적인 재벌가들도 서로 연결되곤 한다. 2021년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 성민씨는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장녀 정은씨와 결혼했다. 조성민씨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외증손자이며, 정정은씨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다.
재계 간 결합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 구동휘 LS MnM 대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녀 상민씨와 혼인했다. 코오롱·세아·애경 등도 재계 인사들과 결혼을 맺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재벌들은 혼인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다"며 "젊은 세대들은 어릴 적부터 사교 모임이나 해외 유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재벌가의 일반 가정과의 결혼 비율은 1950년 이전 40%에서 1970~80년대 9.9%로 떨어졌다가 최근 10년간 26.2%로 증가 추세다. 정관계와의 결혼은 1970~80년대 정점을 기록했으나 2010년대 들어 완전히 사라졌다. 기업별로도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삼성·LG·롯데·금호는 재계 간 결혼 비율이 50% 이상이다. 현대·한화·두산은 자녀 10명 중 4명꼴로 일반 가정과 결혼했다.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은 자유로운 연애와 결혼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은 동기 직원과 오랜 연애 끝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조용히 결혼식을 올렸다. 한편 한화와 한진은 정관계와의 혼인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항공·군수 사업 특성상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요즘 재벌가 결혼은 보안이 극히 엄격하다.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 퍼플스의 김현중 대표에 따르면, 재벌가 남성은 외모를 중시하는 반면 여성 측은 "아이비리그 출신", "자산 1조원 이상" 등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다고 한다. 검증 과정도 철저해 학교 시절 평판까지 조사하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 결혼이 무산되기도 한다.
결혼 사실을 공개하는 방식도 전략적이다. 김현중 대표는 "유학 시절 만났다는 설명은 대부분 각색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의 장남 결혼식에서는 스태프조차 신랑·신부 이름을 모를 정도로 비밀이 유지됐다. 웨딩 플래너와 작가들도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해야 할 정도다. 성공적인 중매에 대한 보상도 특별한데, 로마네콩티 와인이나 100년산 인삼 같은 고가의 선물이 오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