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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최저가"…물가 상승 속 델리코너로 모여드는 직장인들 [현장 리포트]

박지후 기자|
"퇴근 시간 최저가"…물가 상승 속 델리코너로 모여드는 직장인들 [현장 리포트]
15일 저녁, 서울 강동구 소재 백화점 델리코너에서 마감 할인 중이던 유부초밥 진열대가 대부분 비워져 있었다. 정석준 기자

지난 15일 오후 7시, 강동구 한 백화점 지하 2층 델리코너. 영업 종료 1시간 전부터 시작된 '마감 특가'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유부초밥 세트는 1만2800원에서 9900원으로, 김밥은 1만3000원대에서 1만원으로 가격이 인하됐다. 진열대를 가득 메웠던 유부초밥은 할인 시작 30분 만에 모두 판매됐다. 직원 A씨는 "퇴근 시간에 마감 세일을 하면 재고가 거의 소진된다"며 "이 시간대에 오는 단골 고객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마감 할인'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영업 종료 직전 할인된 즉석식품으로 경제적인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16일 유통업계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백화점 델리코너의 오후 6시 이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했다. 이는 동 기간 전체 식품 매출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치다.

대형마트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오후 9시 이후 델리 매출은 작년보다 약 18% 성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60여 개 점포의 영업시간을 1시간 연장하며, 올해 상반기 오후 9시 이후 매출이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마감 할인 품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추가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도 오후 6~7시 마감 할인 시간대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었다. 올 상반기 오후 6시 이후 방문객 수는 5% 증가했다. 롯데마트 담당자는 "초밥과 도시락 같은 간편식이 마감 시간에 가장 많이 팔린다"고 전했다.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대형마트에서 할인된 초밥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정석준 기자

같은 날 오후 8시경 강동구 한 대형마트 델리코너에서는 초밥 판매대가 가장 붐볐다. 모듬초밥과 연어초밥은 25% 할인된 1만원 초반에 구입 가능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회류 제품은 30% 이상 할인되어 1만원대에 판매됐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장모 씨는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할인 식품을 자주 산다"며 "외식보다 저렴하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마감 할인에 소비자가 집중하는 현상은 전형적인 경기 침체형 소비로 해석된다. 물가 상승으로 식비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했음을 반영한다. 실제 지난달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외식 등 식품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유통업계도 적극 대응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AI 시스템을 도입해 진열량과 폐기율을 고려한 최적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폐기물 감소를 위해 마감 할인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필수 지출을 줄이는 추세"라며 "마감 할인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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