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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수익 낼 수 없다"...현실과 동떨어진 SOC 예산에 건설사들 발길 끊어

신채영 기자|
"도저히 수익 낼 수 없다"...현실과 동떨어진 SOC 예산에 건설사들 발길 끊어
공공 건설 사업의 예상 비용이 현실과 크게 벗어나면서
건설업계 "수주하면 적자 확정"
지난해 발주된 사업의 85% 입찰 유찰
공항·광역철도 등 주요 프로젝트 차질 잇따라

건설 투자액 3년 연속 300조원 선 붕괴
GDP 기여율 외환위기 이후 최저 기록
내수·수출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더 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 2025.6.19 [연합뉴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178km 남부내륙철도 건설 현장.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2년 입찰을 마치고 2027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도 10개 구간 중 2개 구간(1·9공구)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입찰 공고 당시부터 공사비가 현실성 없이 낮게 책정됐다고 지적해왔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감사원의 '국토교통부 정기감사' 결과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의 추정 공사비가 유찰 후 재계산된 설계 공사비(물가상승분 제외)보다 65.1% 낮았다. 이는 예타 기준으로 수주하면 실제 비용이 두 배 이상 소요된다는 의미다. 감사원은 "물가 급등에도 발주 금액을 현실화하지 않아 SOC 사업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발주 SOC 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는 급증했지만, 예산은 예타 당시 금액에 묶여 있어 입찰 참여를 꺼리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에 SOC 투자 확대 예산이 반영됐지만, 실제 사업 진행 지연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300억원 이상 기술형 입찰(설계·시공 통합) 공공공사 35건 중 23건(65.7%)이 유찰됐다. 이는 2022년 유찰률 64.3%(28건 중 18건)보다 높아진 수치다. 금액으로는 더 심각해, 지난해 총 20조1000억원 규모의 공공공사 중 17조2000억원(85.6%)이 유찰됐다.

대형 공공공사 유찰의 주된 원인은 부족한 공사비와 촉박한 공사 기간이다. 실제 공사비는 급등했지만 산정 금액은 현실과 동떨어져 건설사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

기술형 입찰은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의 '추정 공사비'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설계까지 시공사가 담당하다 보니 사전 공사비 추정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부정확하게 계산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예타 과정에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기준으로 수주하면 적자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는 4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을 시도했으나, 현대건설이 공사비 인상과 공기 연장을 요구하자 국토교통부가 거부하며 무산됐다. GTX-B 노선에서는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대형 업체들이 수익성 문제로 컨소시엄에서 탈퇴했고, 위례신사선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차례로 철수하며 협상조차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된 후에도 주52시간 근무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 건설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공기관 발주 건설기성액은 6조8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분기 기준 공공 발주 건설기성액이 7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공사 특성을 반영해 적정 사업비가 책정되도록 정부·지자체·관계자 간 협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발주부터 공사 진행까지 전 과정에 걸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C 투자 부진으로 건설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한국은행 통계 분석에 따르면, 국내 건설 투자는 2023년 300조원에서 지난해 290조원, 올해 약 275조원으로 3년 연속 감소해 300조원 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성장률 둔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우려가 크다.

축소된 건설 투자는 1분기 GDP 마이너스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 투자의 1분기 GDP 성장기여도는 -1.5%포인트(전년 동기 대비)로, 1998년 4분기(-3.8%포인트)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성장기여도는 특정 경제 부문이 전체 성장에 기여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1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하며 2020년 4분기(-0.5%) 이후 1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건설 투자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내리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건설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4%인데, 건설 경기 악화로 GDP 성장률을 0.4%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소비 부진(0.15%포인트)과 수출 감소(0.2%포인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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