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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수련회 영상 재조명…MZ세대 사이 '복고적 집단주의' 열풍

최예나 기자|
삼성전자 수련회 영상 재조명…MZ세대 사이 '복고적 집단주의' 열풍
"이것이 진정한 응원의 정석이야!" 화려한 의상을 입은 여성이 힘차게 팔을 휘두르며 점프한 뒤 카메라를 향해 "시작!"을 외치는 장면. 레이지본의 '우리의 힘을' 배경음과 함께 대형 단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줄지어 선 참가자들이 카드로 5초 카운트다운을 진행하더니, 동시에 카드를 내리고 자리에 앉았다가 음악에 맞춰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어 카드로 만든 붉은색 인물 실루엣이 카메라 쪽으로 달려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2006년 삼성전자 신입사원 하계 수련회 영상의 일부로, 최근 SNS에서 '옛날 삼성전자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확산 중이다. 이 영상을 본 고진영(25) 씨는 "완전 감동이다. 저런 활동을 함께 하면 동료애가 확 생길 것 같다"고 반응했다. 그는 "요즘 취업은 직무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원하는 기업의 철학과 가치관까지 스스로 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때 시대에 뒤떨어진 행사로 여겨졌던 대기업 수련회가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현상이다.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직 결속력을 강조하는 전통적 행사가 오히려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복고적 집단주의 현상'은 특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면접을 앞둔 이모(25) 씨는 장기자랑 준비를 위해 코인노래방에서 연습까지 했다. 그는 "회사에서 적응력과 사교성을 평가하는 것 같다"며 "지원자 입장에서는 과거 수련회 영상을 보며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구직자들은 기업 충성도를 강조하기 위해 넥타이 색상을 회사 이미지에 맞추기도 한다. 신촌에서 넥타이 매장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고객 10명 중 2명꼴로 회사 색상에 맞는 넥타이를 찾는다"며 "주로 금융권 지원자들이 해당 기업이 선호하는 색상을 문의한다"고 전했다. 인근 매장 관리자 박모 쵸는 "채용 시즌에는 회사 로고를 보여주며 문의하는 고객이 늘어난다"며 "로펌 직원이나 항공사 지원자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자동차 회사 입사를 위해 외제차를 처분한 사례도 보고됐다. 최모(28) 씨는 "연속으로 면접에 떨어진 후 국산차로 변경했다"며 "면접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차량을 바꾼 지 6개월 만에 최종 합격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어려운 취업 환경에서 청년들이 기업이 원하는 '충성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람인 김동욱 매니저는 "구직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며 "기업들은 조직 적합성을 중요시하고, 지원자들은 경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대 고용률은 59.4%로 전년 대비 1.5%p 하락했다.

다만 현재의 복고적 집단주의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균관대 정종현 교수는 "옛날 집단주의는 개인을 희생하면서 집단을 우선시했지만, MZ세대는 개성을 유지하며 소속감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상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중간 지점을 찾는 새로운 공동체주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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