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강남'으로 주목받는 지역들

현재 서울 강남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엔비디아와 같은 위치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나치게 높아진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새로운 진입장벽이 형성된 상태입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이 차세대 강남을 찾아 움직이고 있지만, 강남을 대체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서울은 사대문, 영등포, 강남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발전해왔으나, 최근에는 인천의 영향력이 약화되며 강남 중심의 단극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강북 지역의 쇠퇴와 강남의 부상은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지정학적 배경도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강북에 거주하던 부유층이 피난을 가지 못한 트라우마가 이후 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강 이남에 위치해 있으며, 파주에 자리한 LG가 드문 예외에 속합니다. 다만 파주의 경우 북한의 장거리포 사정권 내에 들어 있어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강남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형성된 판교, 광교, 동탄 등의 신도시들입니다. 이 지역들은 강북의 마포, 성동, 용산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공장들이 위치한 '확장 반도체 벨트'가 형성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벨트는 강남과 경기도를 넘어 천안, 아산까지 연결되는 광범위한 지역을 포괄합니다.

청주공항과 음성, 진천 혁신도시, 세종-포천 고속도로, 중부내륙선이 교차하는 지역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SK하이닉스가 위치한 오창 테크노폴리스까지를 확장 강남의 최전선으로 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청주공항이 경기 남부의 관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군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청주공항의 민간 기능이 점차 확대될 전망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주변 도시의 발전을 이끌게 됩니다. 물론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완벽히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추격이 계속되고 있으며, 과거 조선 산업이 부활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산업 동향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벨트에는 다양한 제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강남 후보지들의 현재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거 강남 개발 당시에도 가격이 낮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높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했던 투자자와 진입한 투자자 사이에 현재 큰 자산 격차가 발생한 것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투자 시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관악산과 남산을 기준으로 동서가 나뉘며, 한강을 경계로 남북이 구분됩니다. 용산과 성동구는 강남과는 다른 발전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근로자들이 실제 거주지는 행정구역인 용인이 아니라 인근 동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동탄에서는 용인 클러스터와의 연결을 위한 '남사 터널' 건설 계획이 추진 중입니다.

용인의 경우 행정구역상으로는 하나이지만, 실제 생활권은 평택이나 오산과 더 밀접한 지역이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행정구역보다는 실제 도시 기능과 교통 인프라를 중심으로 분석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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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시덕 도시문헌학자/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정리: 장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