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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목타는데 속초는 '워터밤' 축제…63만t 지하댐이 운명 갈랐다

김민준 기자|
강릉 목타는데 속초는 '워터밤' 축제…63만t 지하댐이 운명 갈랐다
31일 강릉시 강북공설운동장 주차장에 급수지원을 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소방차량들이 도열해 있다. /장경식 기자강원 강릉 시민들이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근처 속초는 별다른 피해가 없다. 지난달 23일 속초에서는 도심에서 물을 뿌리며 노는 ‘워터밤’ 축제까지 열렸다. 전문가들은 “지하댐 등 인프라 투자가 두 도시의 운명을 갈랐다”고 했다.◇속초는 지하댐 지어 물 저장해마다 만성적인 가뭄에 시달렸던 속초시는 2018년 초 가뭄을 계기로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당시 속초엔 28일간 밤중에 수돗물이 끊겼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아파트 25곳에는 격일로 수돗물을 공급했다. 식당은 문을 닫았고 시민들은 급수차에서 물을 받아 머리를 감았다. ADAD
그해 지방선거에서 ‘지하댐 건설’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김철수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속초시는 2019년 곧바로 지하댐 건설 사업을 추진해 2021년 완공했다.지하댐은 바다로 흘러나가는 지하수를 가둬 저장하는 일종의 ‘물그릇’이다. 속초의 상수원인 쌍천 지하 26m 암반층에 280억원을 들여 지하댐을 건설했다. 저장 용량은 63만t으로, 속초 시민 8만여 명이 석 달가량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새로운 ‘물구멍’도 만들었다. 지하수층을 탐사해 15곳에 ‘암반 관정(우물)’을 뚫었다. 낡은 상수관을 교체해 ‘새는 물’도 잡았다. 속초시는 2021년부터 3년간 낡은 상수관 약 25㎞를 교체했다. 덕분에 2021년 약 59%에 불과했던 유수율이 지난해 92%까지 상승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유수율은 85% 수준이다.그래픽=김현국◇강릉은 저수지 한 곳에 의존반면 강릉은 한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부터 연곡천에 지하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2027년 이후 완공이 목표다. 속초보다 6년 늦는 것이다. 연곡천의 연곡정수장을 확장해 정수량을 늘리는 사업도 예산 부족 등으로 시간이 걸리고 있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강릉은 남대천 상류 오봉저수지에 대한 생활용수 의존도가 87%에 달한다”며 “그동안 관광객이 증가하고 호텔, 골프장도 많이 들어섰는데 오봉저수지 외에 대책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강릉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강릉시청에서 가뭄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김홍규 강릉시장은 “9월에는 비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작년에는 9월에 380㎜가 왔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하나님을 믿으면 안 된다. 사람 목숨을 실험에 맡길 수는 없다”고 질책했다.2025년 8월 31일 강원도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메말라 있다. /장경식 기자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그동안 가뭄 때마다 적시에 비가 내려 투자를 못 한 측면이 있다”며 “작년부터 지하댐 건설에 나섰지만 올해 예상치 못한 ‘돌발 가뭄’이 닥쳤다”고 했다.◇‘물그릇’ 최대한 확보해야강원 영동 지방은 원래 가뭄이 잦다.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건조해지는 ‘푄 현상’ 탓에 비가 적게 내린다. 산세가 가팔라 비가 내려도 곧장 동해로 빠져나간다. 올해는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도 안 되는 데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내린 비마저 증발해 버렸다. 전문가들은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그릇’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속초처럼 땅속에 차수벽을 세워 지하댐을 건설하면 가뭄 때 쓸 물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며 “일반 댐과 달리 수몰 지역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경 피해도 적다”고 했다.환경부는 강원 평창군 도암댐의 물을 강릉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암댐에는 현재 물 3000만t이 담겨 있다. 강릉 남대천까지 수로도 이미 연결돼 있다. 그러나 지역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암댐은 대관령 고지대에 있는 도암호의 물을 강릉 남대천으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댐이다. 1990년 건설했다. 2001년 도암댐에서 오수(汚水)가 쏟아져 나온 이후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도암호 주변에는 고랭지 배추밭과 축사가 많은데 여기서 오염 물질이 흘러들어 온 것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농업용수로 쓸 정도는 된다”고 했다. 8월 31일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의 한 밭에서 농민이 가뭄에 말라죽어가는 대파를 만지고 있다./장경식 기자 8월 31일 강원도 강릉시 홍제정수장에서 물을 담아온 소방차량이 급수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중장기적으로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건연 경북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수 담수화 기술을 갖고 있다”며 “영동 지방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했다.◇“돌발 가뭄... 이제 전국적인 현상”전문가들은 “돌발 가뭄이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가뭄과 폭염, 폭우 등이 잇따르고 있어 내년에는 어디서 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김성준 교수는 “지역별로 하천 주변에 저류조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물그릇’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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