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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가로수길 상가 42% 공실…120m 구간 행인 10명 안팎 '한산' [자영업 현장 리포트]
김민준 기자|
![강남 가로수길 상가 42% 공실…120m 구간 행인 10명 안팎 '한산' [자영업 현장 리포트]](/_next/image?url=%2Fsupabase-images%2Fnews%2Fnate%2Fnate_20250626n01453_1750900315309.webp&w=3840&q=75)
━창간 60주년 특별 기획 - 2025 자영업 실태 조사
17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독특한 컨셉의 미용실·패션숍과 갤러리,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한 번화가였으나 현재는 과거의 활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120미터 길이의 중심가를 걸으며 마주친 행인은 고작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임대' 표지가 붙어있는 빈 상가만도 열 곳 이상이 눈에 띄었으며, 일부는 '깔세' 조건으로 임대를 제안하고 있었다. 깔세는 보증금 없이 몇 달 분의 월세만 선납하는 방식으로, 세입자의 자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임대 형태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해당 지역 상가 임대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2010년대 후반 평당 100만~150만원 수준이던 임대료가 현재는 평당 70만원대로 떨어졌다. 가로수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운영하는 양성원(58) 씨는 "상권이 완전히 죽어버린 상태라 새로 입점하려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며 "임대료가 내렸다고 해도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 4~5년째 비어 있는 상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의 생존 기반인 상권이 붕괴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상권이 위축되면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게 되고, 이는 공실 증가로 이어져 상권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자료에 따르면, 서울 7대 주요 상권(명동, 강남,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한남, 청담, 성수)의 올해 1분기 평균 공실률은 15.1%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대비 두 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가로수길은 41.6%의 공실률을 기록하며 상가 5개 중 2개가 비어 있는 상태다. 2019년에는 빈 상가를 발견하기 어려웠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1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원 감축 후 3개월째 영업 중단…영업시간 조정으로 근근이 버티기
25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는 텅 빈 상가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관찰됐다. 강남은 2019년 4.3%에서 현재 18.9%로, 홍대는 5.4%에서 10%로 공실률이 상승했다. 고급 명품점이 밀집했던 청담과 이태원·한남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일하게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증가한 명동만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의하면 지난 1분기 명동 유동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8만5792명이었다.
영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으나 영업을 중단한 '개점휴업' 상태의 점포도 늘어나는 추세다. 동대문에서 11년간 돼지갈비집을 운영해온 김윤길 씨는 3개월째 가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직원을 6명에서 1명으로 줄이며 인건비를 절감하려 했으나, 현상 유지조차 어려워 휴업을 선택했다. 김 씨는 "현재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건물주가 '임대료 면제 조건으로 휴업'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전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조정하며 버티고 있다. 마포구 상수동에서 4년째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지난해 말부터 개점 시간을 오전 8시에서 11시로 늦췄다. 김 씨는 "홍대 상권과 연계된 상수동 일대는 코로나 시절에도 붐볐는데, 지난해 초부터 폐업이 급증하며 올해 유동인구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 지표인 권리금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가 평균 권리금은 2019년 4276만원에서 지난해 3443만원으로 5년간 1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5130만원에서 4915만원으로 떨어졌으며, 수도권은 4993만원에서 3904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급락했다.
상권 침체는 소상공인 폐업 → 공실 증가 → 상권 추가 악화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올해 1~5월 7170억원이 지급됐다. 이는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전국 평균 개업률은 2.2%인 반면 폐업률은 2.55%로, 문을 닫는 가게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경매 시장에서도 상가는 외면받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상가는 안정적인 월수익을 제공하는 대표적 수익형 자산이었으나, 최근에는 기피 대상이 됐다. 지지옥션 자료에 의하면 서울 7대 상권의 지난 1분기 상가 경매 매각률은 평균 10% 수준에 그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심각한 내수 부진으로 소비자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이 버텨내야 상권이 유지되고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시적인 지원금에 그치는 대신 업계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주·황수연·노유림 기자
17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독특한 컨셉의 미용실·패션숍과 갤러리,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한 번화가였으나 현재는 과거의 활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120미터 길이의 중심가를 걸으며 마주친 행인은 고작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임대' 표지가 붙어있는 빈 상가만도 열 곳 이상이 눈에 띄었으며, 일부는 '깔세' 조건으로 임대를 제안하고 있었다. 깔세는 보증금 없이 몇 달 분의 월세만 선납하는 방식으로, 세입자의 자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임대 형태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해당 지역 상가 임대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2010년대 후반 평당 100만~150만원 수준이던 임대료가 현재는 평당 70만원대로 떨어졌다. 가로수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운영하는 양성원(58) 씨는 "상권이 완전히 죽어버린 상태라 새로 입점하려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며 "임대료가 내렸다고 해도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 4~5년째 비어 있는 상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의 생존 기반인 상권이 붕괴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상권이 위축되면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게 되고, 이는 공실 증가로 이어져 상권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자료에 따르면, 서울 7대 주요 상권(명동, 강남,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한남, 청담, 성수)의 올해 1분기 평균 공실률은 15.1%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대비 두 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가로수길은 41.6%의 공실률을 기록하며 상가 5개 중 2개가 비어 있는 상태다. 2019년에는 빈 상가를 발견하기 어려웠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1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원 감축 후 3개월째 영업 중단…영업시간 조정으로 근근이 버티기
25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는 텅 빈 상가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관찰됐다. 강남은 2019년 4.3%에서 현재 18.9%로, 홍대는 5.4%에서 10%로 공실률이 상승했다. 고급 명품점이 밀집했던 청담과 이태원·한남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일하게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증가한 명동만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의하면 지난 1분기 명동 유동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8만5792명이었다.
영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으나 영업을 중단한 '개점휴업' 상태의 점포도 늘어나는 추세다. 동대문에서 11년간 돼지갈비집을 운영해온 김윤길 씨는 3개월째 가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직원을 6명에서 1명으로 줄이며 인건비를 절감하려 했으나, 현상 유지조차 어려워 휴업을 선택했다. 김 씨는 "현재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건물주가 '임대료 면제 조건으로 휴업'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전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조정하며 버티고 있다. 마포구 상수동에서 4년째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지난해 말부터 개점 시간을 오전 8시에서 11시로 늦췄다. 김 씨는 "홍대 상권과 연계된 상수동 일대는 코로나 시절에도 붐볐는데, 지난해 초부터 폐업이 급증하며 올해 유동인구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 지표인 권리금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가 평균 권리금은 2019년 4276만원에서 지난해 3443만원으로 5년간 1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5130만원에서 4915만원으로 떨어졌으며, 수도권은 4993만원에서 3904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급락했다.
상권 침체는 소상공인 폐업 → 공실 증가 → 상권 추가 악화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올해 1~5월 7170억원이 지급됐다. 이는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전국 평균 개업률은 2.2%인 반면 폐업률은 2.55%로, 문을 닫는 가게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경매 시장에서도 상가는 외면받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상가는 안정적인 월수익을 제공하는 대표적 수익형 자산이었으나, 최근에는 기피 대상이 됐다. 지지옥션 자료에 의하면 서울 7대 상권의 지난 1분기 상가 경매 매각률은 평균 10% 수준에 그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심각한 내수 부진으로 소비자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이 버텨내야 상권이 유지되고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시적인 지원금에 그치는 대신 업계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주·황수연·노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