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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과소평가로 입찰 차질…SOC 사업 부진에 신도시 철도 계획도 지연
윤아름 기자|

공공 건설 사업의 예상 비용과 현실 간 괴리 심화
시공사 "입찰 수주 시 적자 불가피"
전년 대비 발주 프로젝트 85% 유찰
공항·광역철도 등 주요 인프라 사업 연기
건설 투자 규모 2년 연속 300조원 하회
GDP 기여율 외환위기 이후 최저 기록
내수·수출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더 큼
◆ 건설 산업 위기 심화 ◆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178km 구간의 남부내륙철도 건설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2022년 입찰 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까지 10개 구역 중 2개 구역(1·9공구)에 시공사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입찰 공고 시점부터 공사비가 현실보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감사원의 '국토교통부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의 추정 공사비가 유찰 후 재산정된 설계 비용(물가 상승분 제외)보다 65.1%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예타 기준으로 수주할 경우 실제 비용이 두 배 이상 소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감사원은 "물가 상승에도 발주 금액을 현실화하지 않아 SOC 사업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발주 SOC 사업에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하면서 유찰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는 급증했으나, 예산이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금액에 얽매여 있어 입찰 회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에 SOC 투자 확대 예산이 반영되었으나, 실제 사업 진행 지연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300억원 이상 기술형 입찰(설계·시공 통합) 공공공사 35건 중 23건(65.7%)이 유찰됐다. 이는 2022년 유찰률 64.3%(28건 중 18건)보다 악화된 수치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발주액 20조1000억원 중 17조2000억원(85.6%) 규모가 유찰되며 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다.
대형 공공공사 유찰의 주요 원인은 과소평가된 공사비와 부적절한 공사 기간이다. 실제 공사비는 급등했으나 산정 금액이 현실에 맞지 않아 입찰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술형 입찰은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의 '추정 공사비'를 기준으로 진행되며, 설계까지 시공사가 담당하다 보니 초기 비용 산정이 부정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예타 과정에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기준으로 수주하면 적자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에서도 문제가 확인된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는 4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을 시도했으나, 현대건설의 비용 증액 및 기간 연장 요구를 국토교통부가 거부하며 무산됐다. GTX-B 노선 사업에서는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대형 업체들이 수익성 문제로 컨소시엄에서 탈퇴했으며, 위례신사선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차례로 철수하며 협상조차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공사 시작 후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공공기관 발주 건설기성액은 6조8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분기 기준 공공 발주 건설기성액이 7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공사 특성을 반영한 적정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자체·기업 등 이해관계자 간 협의 절차 마련과 단계별 세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OC 투자 부진으로 건설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건설 투자는 2023년 300조원에서 2024년 약 275조원으로 2년 연속 300조원 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이는 성장률 둔화가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위험을 시사한다.
건설 투자 위축은 1분기 GDP 역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 투자의 1분기 GDP 성장기여도는 -1.5%포인트(전년 동기 대비)로 1998년 4분기(-3.8%포인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하며 2020년 4분기 이후 1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는데, 건설 투자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도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내리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총재는 "건설 투자가 GDP의 약 14%를 차지하나, 업계 침체로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간소비(-0.15%포인트)와 수출 둔화(-0.2%포인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수치다.
공동기획 : 건설산업연구원 매일경제신문사
시공사 "입찰 수주 시 적자 불가피"
전년 대비 발주 프로젝트 85% 유찰
공항·광역철도 등 주요 인프라 사업 연기
건설 투자 규모 2년 연속 300조원 하회
GDP 기여율 외환위기 이후 최저 기록
내수·수출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더 큼
◆ 건설 산업 위기 심화 ◆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178km 구간의 남부내륙철도 건설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2022년 입찰 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까지 10개 구역 중 2개 구역(1·9공구)에 시공사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입찰 공고 시점부터 공사비가 현실보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감사원의 '국토교통부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의 추정 공사비가 유찰 후 재산정된 설계 비용(물가 상승분 제외)보다 65.1%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예타 기준으로 수주할 경우 실제 비용이 두 배 이상 소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감사원은 "물가 상승에도 발주 금액을 현실화하지 않아 SOC 사업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발주 SOC 사업에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하면서 유찰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는 급증했으나, 예산이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금액에 얽매여 있어 입찰 회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에 SOC 투자 확대 예산이 반영되었으나, 실제 사업 진행 지연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300억원 이상 기술형 입찰(설계·시공 통합) 공공공사 35건 중 23건(65.7%)이 유찰됐다. 이는 2022년 유찰률 64.3%(28건 중 18건)보다 악화된 수치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발주액 20조1000억원 중 17조2000억원(85.6%) 규모가 유찰되며 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다.
대형 공공공사 유찰의 주요 원인은 과소평가된 공사비와 부적절한 공사 기간이다. 실제 공사비는 급등했으나 산정 금액이 현실에 맞지 않아 입찰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술형 입찰은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의 '추정 공사비'를 기준으로 진행되며, 설계까지 시공사가 담당하다 보니 초기 비용 산정이 부정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예타 과정에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기준으로 수주하면 적자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에서도 문제가 확인된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는 4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을 시도했으나, 현대건설의 비용 증액 및 기간 연장 요구를 국토교통부가 거부하며 무산됐다. GTX-B 노선 사업에서는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대형 업체들이 수익성 문제로 컨소시엄에서 탈퇴했으며, 위례신사선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차례로 철수하며 협상조차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공사 시작 후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공공기관 발주 건설기성액은 6조8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분기 기준 공공 발주 건설기성액이 7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공사 특성을 반영한 적정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자체·기업 등 이해관계자 간 협의 절차 마련과 단계별 세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OC 투자 부진으로 건설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건설 투자는 2023년 300조원에서 2024년 약 275조원으로 2년 연속 300조원 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이는 성장률 둔화가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위험을 시사한다.
건설 투자 위축은 1분기 GDP 역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 투자의 1분기 GDP 성장기여도는 -1.5%포인트(전년 동기 대비)로 1998년 4분기(-3.8%포인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하며 2020년 4분기 이후 1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는데, 건설 투자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도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내리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총재는 "건설 투자가 GDP의 약 14%를 차지하나, 업계 침체로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간소비(-0.15%포인트)와 수출 둔화(-0.2%포인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수치다.
공동기획 : 건설산업연구원 매일경제신문사